놔줬다.

Posted in grief/5 ACCEPTANCE // Posted at 2008/09/12 16:04


교회에서 낙엽을 쓸다가, 뱀을 잡았다. 야생 뱀.
나, 평생(?)의 소원 중 하나가, 뱀을 키우는거였다.
비싸서, 차마 돈 주고는 못 사겠고.. 또, 부모님도 기겁하실꺼고..
근데, 오늘 교회 주변에서 그냥 한 마리를 잡았다.
색깔도 너무 이쁘고, 팔팔하고 건강한 놈으로...

그래서, 너무 신나서, 먹을 것도 좀 잡아줘보고 (애벌레 같은거),
사진도 막 찍고, 집을 어떻게 꾸며줄까 막 생각하다가...
...그냥,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놔줬다.
정말 열심히 잘 키울 자신이 있는데, 아끼고 사랑해줄 자신이 있는데..
얘한테 필요한건, 내 보살핌이 아니라는 생각이 갑자기 몰려와서..
오히려 내 쓸데없는 관심과 사랑이, 얘한테는 생애 최고의 실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마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더라.

그러면서, 이미 알고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난 참 겁쟁이라는거.
그토록 내가 원한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니다.

암튼.
기다리고 있던, 하지만 올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소포가,
오늘 도착했다.
보낼 소포도 있지만,
아직은...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네.

받고싶음 기다리시오.
미안하지만, 아직 보낼 생각 조금도 없으오.


2008/09/12 16:04 2008/09/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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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chokkie

    Dear John.
    there are 19 pictures of a snake on your blog.
    Get a life, or get some help.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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